✍️ 아동권 의제공론장 돌아보기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09-09 조회수 699

 

2023년 9월 7일, 신촌에 위치한 히브루스 본점에서 <아동권: 사회적 육아> 를 주제로 공론장이 열렸습니다. 

<아동권:사회적 육아>는 총 5회차의 공론장 중 1회차로 선정되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해요 :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함께 해야 할 사람과 환경을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아동권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장이었습니다. 

아동권 의제 공론장에서는 아동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돌봄 선생님이 함께해주셔서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하였는데, 섬세한 기획이 느껴졌습니다.

사회적 육아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 방안을 탐색해보기에 앞서 사회적 육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전주리 선생님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육아라는 키워드는 지금의 아이들이 고립되어서 크고 있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공감대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고립 육아, 다르게 말해 독박 육아가 아이들까지 고립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인데요, 3대가 함께 살아가며 아이들을 함께 돌보던 이전과는 다르게 양육자도, 아동들도 고립된 상황이 코로나 이후로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육아라는 건 무엇일까요? 당사자들이 양육을 하고 키우는 시대에서 국가가 함께 키우는 공공성의 영역까지 확장이 되고, 마을에서 함께 키우는 호혜적 연결망이 존재하는 것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즉, 양육에 사회 전체의 공공성과 국가책임 보육,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책의 방향도 변화해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취약 계층이나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지원을 했던 것이 아이만 낳으면 지원금을 주고, 의료 혜택을 주는 등 보편적 지원으로 변화했습니다. 또한 가정에서만 책임을 지던 것이 국가와 사회의 역할로 넘어오고 있으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중심에서 아동을 ‘돌봄’ 하는 것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심과 정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모든 아이의 평등한 출발선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도 늘봄학교, 다함께 돌봄 등 5-6년 전부터 방과 후 돌봄 관련 제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함께 키워야 잘 큰다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육아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책도 3권 정도 추천 해주셨는데요, 첫번째 책은 ‘어머니가 자식을 혼자 키워야 했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결코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한 ‘허디’라는 작가의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입니다. 두번째 책은 <양육 가설>이라는 책으로 생각보다 아이와 부모의 애착 관계와 같은 부모의 역할이 걱정하는 만큼 크지 않으며, 또래 관계나 사회적 관계망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책은 대천마을에서 자란 저자가 도시에 나갔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마을 공동체가 귀한 이유를 찾기 위해 연구하며 쓴 <대천 마을을 공부하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이어서 주체에 따라 상상할 수 있는 사회적 육아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첫째 측면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동이 어떻게 해야 사회적 육아의 수혜자가 아닌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보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확장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때 성인들이 암묵적으로 강요해서 참여하는 명목적인 참여인지, 실제적인 참여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회가 도시화가 되면서 이웃 아이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지역과 마을의 포용성에 따라 아동이 그 공동체를 느끼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공간의 측면에서는 아이들의 공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놀이할 수 있는 골목은 사라지고 도로는 넓어지고, 아파트 놀이터조차 배타적으로 아이들을 가려 받기도 합니다. 아동의 생활권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현재 아동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모두 지하나 온라인으로 가버렸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문방구는 사라지고 다이소나 개인 카페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고는 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없고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위해 사회가 가진 공간들을 개방할 방법은 없을까요?

놀이터에 대한 상상력도 필요합니다. 획일적이고 알록달록해서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국내의 놀이터와 달리 해외에서는 우리 기준에 지저분하다고 느껴지는 놀이터들이 10대 놀이터로 꼽히며 많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목공을 하기도 하고 마음껏 도전을 하며 자라기도 합니다.

헬싱키의 미술관의 사례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아동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배제되곤 하는데 이 곳에서 아동들은 똑같이 에티켓을 요구 받지만 경험을 제한 받지는 않습니다. 작품 앞에 턱을 놓아서 아이들도 눈높이를 맞춰 감상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사소한 차이에서 아동들은 이 공간이 자신을 환영하는지, 배척하는지 민감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런 사례와 같이 서울 생활권 계획에서도 아동이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잘 포함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발제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논의에 앞서 ‘어릴 때 좋아했던 캐릭터’와 ‘아동권이 잘 지켜지는 사회라면 어떤 육아 경험을 하게 될지’를 나누며 아이스브레이킹을 시작했습니다. 카드 캡터 체리, 네모바지 스폰지밥 등 다양한 캐릭터들과 좋아하게 된 이유들을 웃으며 이야기 나누고 어린시절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동권이 잘 지켜지는 사회라면 양육자들은 직장이나 아이에 대한, 더 나아가 집 밖에 아이와 나가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 느끼고 아동 역시 사회에서 환영 받는 느낌을 얻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공론장의 질문은 “사회적 육아를 어렵게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을까요?” 였습니다. 문제들에 대해서는 조별로 논의를 나눠 이젤 패드에 붙이고, 이후 해결 방안은 모두가 같이 나온 문제들을 시간을 들여 살펴 보며 의견을 생각해 포스트잇으로 아래에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회적 육아를 어렵게 하는 것들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나온 의견들을 키워드와 함께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았습니다.

 

 

 

무한 경쟁과 신자유주의

- 청년들의 성장과 자립이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육아조차 본인의 경제력, 능력으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을 만든다.

-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개인에게 협동보다는 경쟁 해야 하는 존재로 서로 비교하게 만든다.

- 성인 중심의 사회 문화

- 학습 해야 할 것이 많아서 관계 속에서 배울 시간과 기회가 줄어든다.

- 학벌주의와 학력주의

- 소득 수준이나 거주 지역에 따른 학습격차

- 사회적 육아 조차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위해(일 효율이 늘기 위해 등)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 장시간 노동으로 남의 아이는 커녕 내 아이를 돌보는 것도 힘들다.

해결방안 : 노동 환경 및 교육 환경 개선, 기본소득 등 사회적 안전장치로 경쟁에 목매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정책적 대안들, 경쟁/계급적 입시문화 개선

 

사회적 단절

- 성인들 간의 관계 자체가 단절되어 있는데 사회적 육아가 가능 할리 없다.

- 핵가족화 되면서 공동체 경험이 부족하고 방법을 배울 기회도 없어 더욱 고립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 어른들, 교사들, 가족들도 돌봄을 받은 경험이 없다.

- 양육자가 안심할 수 있는 호혜적 관계망이 빈약하다.

- 노키즈존 : 타인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 혐오

-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지 않는다. 신뢰하지 못한다.

-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인해 속박하는 이유가 됨.

-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해짐

- 기술 발전으로 교류가 단절되고 생활수준이 상승되어 이웃의 필요 느끼지 못함(아쉬울 게 없는 세상)

해결방안 : 지역 내 다양한 돌봄 커뮤니티를 조직, 청/장년층의 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아동 간 사회적 육아에 대한 협의 가능, 나부터 마음 열기,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교류 확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의 부재

- 놀이터 대신 키즈 카페, PC방, 쇼핑몰 등 소비하지 않으면 안되고 계급화 되어있는 공간이 들어섰다.

- 놀이터 등의 공간 자체가 많지 않다.

- 학원 등 아동이 대상으로 머물 공간은 있으나 주체로 편하고 자유롭게 머물 공간이 없다.

해결방안 : 지역아동복지 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 운동장, 아파트 놀이터, 공원 등 많은 공공장소의 개방, 운동장에 청원경찰(돌봄 인력)을 배치해 개방, 서울시 생활권 계획에 아동 고려

 

아동에 대한 이해 부족

- 아동권 보장에 대해 여유가 있을 때 챙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권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

- 연령에 따른 발달 과정 등 아동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해서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봄, ‘아이가 아이답지 못하게’

- 아이들을 대변하는 권력과 책임 부재(의견이 묵살되고 거부권이 없음)

- 아이를 주체로 보지 않고 소유하고자 하면서 배타적이 됨

- 과잉보호로 인한 불편한 행동들, 자율성 박탈

- 돌봄 노동에 대한 평가 절하

- 부모 교육의 부재

해결방안 : 아동에 대한 보편적 교육이 필요함(대상화가 아닌 주체로서 존중의 감각을 기를 방법 찾기), 아동이 참여할 수 있는 장 만들기, 소통과 대화, 인사하기, 아동이 현장에서 도전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적극 확대, 출산 후 최소한의 부모교육 시행 혹은 매뉴얼 배포, 육아휴직 확대, 육아기 주4일제 도입

 

 

 

가부장제

- 여전히 양육과 육아의 주체가 ‘여성’에게 많이 기울어져 있음

- 남녀 임금 차이로 인해 경력 단절이 일어남

-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의 죄책감과 부담을 느껴 양육 경험에 부담 가중

 

 

 

짧은 시간이었지만 논의를 나누면서 서로 키워드가 달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생각치 못한 해결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가기도 했습니다. 아동권이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의제인 만큼 공론장에서 논의를 할 기회도 많지 않은 편인데요, 그만큼 사회를 살아가면서 체감해온 어려움들을 언어화하고 가시화하는 장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공론장에서 나온 내용들 정리해서 아동권, 사회적 육아를 나아가기 위한 방안들을 위원들과 정리해서 시민공익활동 기반 마련 및 지속유지를 위한 공동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공공분야, 시민사회, 기업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동 협력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또한 필요한 후속 모임이나 정책 제안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아동권에 대한 논의를 처음으로 터 놓고 열어 놓는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아동들이 살기 좋은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어떤 움직임들로 이어질지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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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김윤일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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