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약자 의제공론장 돌아보기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10-18 조회수 666

0. 10대는 컴퓨터가 스마트폰보다 어려울 수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컴퓨터가 스마트폰보다 어색할 수 있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꽤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젊은 세대들은 여러 디지털 기기에 익숙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컴퓨터도 잘할 것이라는 내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이 익숙한 10대는 컴퓨터 사용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약자일 수 있다. 이처럼 기존 사회적 약자 문제보다 다양한 시각과 접근이 필요한 디지털 약자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10월 12일 저녁 노무현시민센터에 시민들이 모였다.

 

 

 

1. 아이스브레이킹 : 어떤 사람들이 모였나

[디지털 약자 : 모두의 문제] 의제공론장은 우선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사전설문에서 본인이 디지털 약자인지에 대해 묻는 문항에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직은 문제가 없는데, 앞으로는 걱정이다 / 사용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도 한다’라고 응답했다. 현재 디지털 약자가 아니어도 내가 디지털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혹은 주위에 있는 디지털 약자를 도와주었던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약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관심이 반영되어, 디지털 약자 의제에 대해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횟수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과반의 참여자가 ‘1회 이상’ 이야기를 나누어봤다고 응답했다.

 

 

 

이후 테이블별로 진행된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는 각 테이블별로 어떤 사람들이 왜 디지털 약자 의제공론장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각 테이블별로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 신청하게 된 계기, 오늘 기대하는 점을 포스트잇에 적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디지털 약자 의제에 대해 관심이 있고, 이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기소개가 끝난 다음에는 디지털 역량 진단도구를 활용하여, 참가자 본인이 디지털 약자인지를 알아보는 게임을 진행하였다. 사회자의 질문에 본인이 해당할 경우 자신의 이름을 적은 포스트잇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키오스크, 디지털 기기 사용과 같은 디지털 문해력 위주로 디지털 약자 문제를 생각했는데, 디지털 기기 이용시간 제어나 비밀번호 관리 등 생각하지 못한 질문들이 주어졌다. 본격적으로 디지털 약자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앞서 디지털 약자 의제에 대한 관점을 확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 우리는 모두 디지털 강, 약, 중간, 약자 문제는 디지털 공공성

아이스브레이킹이 끝난 후, 정소민 세상은요지경 대표가 디지털 약자 의제에 대해 발제를 진행했다. 디지털 약자라는 표현은 코레일톡이라는 기차예매 서비스를 홍보하는 보도자료와 함께 최초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기존에 있던 교통 약자라는 표현을 차용해,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불편한 사람들을 디지털 약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표현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 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 사람들이 명확한 교통 약자라는 표현과 다르게, 디지털 약자는 정의하기 어렵다. 이는 이번 공론장 후기를 시작하면서 필자 역시 주장한 내용이다. 두 번째, 디지털 약자를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홍보한 코레일톡이 여전히 사람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역설이다.

 

 

그 다음으로 정소민 대표는 디지털 약자 문제가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마스크 구매를 돕기 위한 공공마스크 앱이 개발되었지만,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약자들은 앱을 사용할 줄 몰라 약국을 직접 돌아다니는 발품을 팔 수 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특정 장소에 입장하려면 QR을 찍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초등학교 저학년 등 아직 어린 친구들이 원격으로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마땅한 전자 기기가 없거나 가족에서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어 수업을 듣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코로나가 원격 회의 등 여러 디지털 라이프를 대중화시킨 이면에는 디지털 약자들의 고통과 희생이 있었다. 이와 같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불평등하게 생겨나는 격차를 개리 앤드류 폴은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고 표현했다.

끝으로 법과 제도와 정치를 바꾸는 목적 역시 중요하지만, 정책 제안의 목적을 넘어 디지털 약자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주제 넘기’를 부탁하며 정소민 대표의 발제가 마무리되었다.

 

 

3. 테이블 토론 :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결했는가, 어떻게 사회가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발제가 끝난 후, 테이블별로 디지털 약자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토론하는 테이블토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테이블 토론은 크게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하고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 가지 질문은 각각 1) 나/사람들이 디지털 관련 불편함을 겪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2) 그럴 때 나/사람들은 어떻게 했나요? 3) 그럴 때 사회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였다. 다른 테이블의 토론 내용도 중간 중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더 풍부하고 다양한 의견을 볼 수 있었다. 각 질문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여 아래에 공유하고자 한다.

 

1) 나/사람들이 디지털 관련 불편함을 겪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공론장 참가자들 혹은 주위 사람들이 겪은 디지털 불편함은 대부분 ‘디지털 기기 / 소프트웨어 사용의 어려움’이었다. 디지털 기기 불편함의 경우, 대표적으로 키오스크 관련 불편함이 제일 많았다. 키오스크가 잘 작동하지 않기도 하고, 사용법이 매장마다 달라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오래 하느냐 다음 순서인 사람의 눈치를 본 사례가 많았다. 디지털 소프트웨어 불편함의 경우, 복잡한 은행 어플 사용이나 공공기관 공인인증서 발급 등 ‘비대면 공공기관/은행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서 불편했다는 사례가 제일 많았다. 이외에도 PDF나 엑셀 등 프로그램 사용, 복잡한 온라인 결제 방법 등의 사례가 공유되었다. 저연령대나 고연령대, 청각/시각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경우 디지털 사용이 어려운걸 넘어 ‘디지털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사용에 대한 어려움 외에도 ‘디지털 과잉’으로 불편함을 겪는 사례도 많이 공유되었다. 너무 많은 스마트폰 푸쉬 알림, 온라인에서 너무 많이 나타나는 광고 팝업 등 개인이 원하지 않으면서 필요는 적은 디지털 자극이 시민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는 사례도 상당히 많이 공유되었다. 또한, 현대인은 대부분 많은 디지털 서비스를 가입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보안을 위해 다르게 설정한 비밀번호를 까먹고, 까먹은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또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치는 불편한 상황들이 공유되었다.

 

2) 그럴 때 나/사람들은 어떻게 했나요?

 

사람들이 디지털 불편함을 겪을 때 대처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친한 친구, 자녀 등 보다 쉽게 연락할 수 있고 디지털 문해력이 높은 지인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제일 많았다. 지인이 아니라면 관련 기관의 직원, 전문가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디지털 기기/소프트웨어 이용법에 대해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법은 ‘디지털 포기’다. 앞서 발제에서 나왔던 코레일톡을 이용하며 불편함을 겪었을 때, 직접 기차역에 가서 발권하여 해결한 사례가 있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울 경우 직접 직원을 통해 주문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비밀번호가 너무 많으니까 직접 수첩에 메모하고 다니기도 한다. 참가자에 따라 디지털이 주는 시간과 공간의 이점을 일부 혹은 전부 포기하는 게 상황에 따라 더 편리하다고 느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3) 그럴 때 사회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키오스크가 가게마다 사용법이 다르고, 공공서비스를 포함한 여러 디지털 소프트웨어 사용법이 복잡한 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요인으로 겪는 디지털 불편함을 개인이 해결하거나 더 나아가 디지털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를 2번 질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불일치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3번 질문에서는 디지털 불편함을 사회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시된 해결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디지털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교육 시행이다. 사람들이 디지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면, 익숙해지기 위해 디지털 사용법을 알려주면 된다. 지자체에서 단체 교육은 물론이고, 디지털 약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기업이나 정부에서 따로 제공하는 방안 등을 시행한다.

이어 참가자들은 디지털 시스템 변화를 두 번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여러 복잡하고 불편한 디지털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하여 디지털 불편함을 없애자고 제안한다. 업체마다 다른 키오스크를 표준화하고, 더 나아가 운전 연수처럼 ‘연습용 키오스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키오스크 불편함을 줄이는 등 키오스크 사용에 있어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었다. 정기 결제가 너무 많아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결제 중지 버튼을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거나 광고나 푸시 알림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는 등의 제도를 통해 여러 디지털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약자를 위한 비디지털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반드시 모든 시민이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면 이를 직원이 도와주고, 정부나 금융 서비스 역시 도와줄 담당자가 디지털 약자를 도와주면 된다. 임영웅 콘서트는 가고 싶지만 티켓팅은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따로 디지털 약자 좌석을 마련하거나 좌석 추첨제를 운영한다.

이번과 같은 디지털 공론장을 통해 디지털 약자 문제가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구성되고 변화할 수 있음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여러 디지털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해결방안이 제시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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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김재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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