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행권 의제공론장 돌아보기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10-12 조회수 665

인간의 약한 육체적 조건으로 다른 동물을 지배할 수 있게 된 진화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이족보행에 따른 지구력과 손의 사용이다. 즉 두 다리로 걷는 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생존에 아주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그러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공간이 확장되고, 달력과 시계의 등장으로 시간을 고정시키게 되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이에 간은 걷는 것을 넘어서 많은 모빌리티(운송수단)을 발명하고, 도시도 모빌리티 발전에 맞춰 디자인 되었다. 더 많은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도로, 도로정체가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제한속도와 신호등 체계, 차가 보행자를 피하는 것이 아닌, 보행자가 차를 피하게 만드는 운전 문화 등이 그것이다.

이에, 2023년 10월 5일 목요일, 보행권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노무현시민센터에 모였다.

 

 

<보행권>이라는 단어 자체만 들으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걸을 수 있는 권리’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야 하고, 그 권리를 위해서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는 각자의 생각과 실천 방식이 달랐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보행권>과 관련하여 평소에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조사했을 때, <보행자와 자동차>, <마을 내에서 걷기 위한 환경>, <약자를 위한 보행권>, <보행권 정책> 등 <보행권> 내에서도 다양한 관심사가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룹별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2명의 발제자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첫번째 발제인 ‘조금 더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소소도시의 이야기(서선영, 소소도시 대표이사)’에서는 ‘걸음’이라는 행위 자체가 도심과 마을 내 커뮤니티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래서 도로이면주차장을 활용하여 임시 공원을 만들었다. 그 공간에 자연스레 주민들이 모였고, 이런 공간이 더 많이 만들어지길 원하는 주민들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번째 발제인 ‘어린이 생활세계로 보는 보행로 안전(배성호, 송중초등학교 교사)’에서는 <보행권>에서 약자인 ‘어린이’가 직접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해나가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 어린이를 지켜주기 위해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이 있다. 하지만 관리가 잘 되지 않기도 하고, 스쿨존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남아 있기도 했다. 교육과정과 실생활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어린이가 직접 조사하고, 의무이행자(구청)에게 목소리를 내어 실제 변화의 모습을 이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발제를 마치고 조별로 <보행권이 침해된 순간>, <보행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Part 1. 보행권이 침해된 순간 

보행권이 침해된 순간의 공통점은 ‘보행자가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었다. 걷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보행자를 위협하는 요소였다.

 

 

바퀴가 달려 속도를 내는 모빌리티(자전거, 전동킥보드, 오토바이, 자동차), 관리되지 않아 걷기 힘든 인도, 약자 보행자(노인, 장애인 등)를 배려하지 않은 횡단보도와 신호등, 인도를 침범한 상가의 매대 등 자신들이 느꼈던 경험과 불만이 나왔다.

특히 보행자를 위한 개선사업을 지자체에서 진행하려 해도, 그것을 반대하는 각종 민원들 때문에 개선사업이 매우 더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면도로에 보행구역을 만든다거나, 쉬어갈 수 있는 벤치를 설치하거나, 차 없는 도로를 유지하려하면 운전자들과 주변 상가들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여 사고시 책임 소재 또는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 등의 이유를 들며 민원을 제기하여 무산되기 일쑤라고 한다.

 

 


Part 2. 보행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요소

침해당한 보행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크게 <보행권 침해 요소 가시화 및 공론화> , <보행권 침해 요소 제거>, <보행권 확장을 위한 요소 추가> 3가지의 의견이 나왔다.

<보행권 침해 요소 가시화 및 공론화>에서는 도로점유행사와 같은 이슈메이킹, 안전하지 않은 보행로를 공유하는 안전지도와 블랙박스 콘텐츠, 보행권 전용 민원 어플 및 지역별 보행환경 모니터링, 걸어서(혹은 휠체어) 갈 수 있는 접근성과 관련된 빅데이터 지도를 만드는 등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 바텀업 방식의 의견이 많이 나왔다.

 

 

<보행권 침해 요소 제거>에서는 인도를 침범한 전동킥보드, 공공자전거 주차장을 프랑스처럼 도로로 옮기거나, 인도 주행시 자동으로 속도가 줄어들게 만드는 등 규제하는 등 넛지(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것)효과를 응용하는 방법 등 민원과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었다.

<보행권 확장을 위한 요소 추가>에서는 물리적 방법, 제도적 방법, 인식개선 방법으로 나뉘었다.

 

 

물리적 방법에서는 보행약자가 언제든 걷다가 쉴 수 있도록 벤치 의무 설치, 보행도로/자전거도로/자동차용도로를 서로가 서로에게 위험으로 느끼지 않게 완벽히 분리하는 방법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제도적 방법에서는 주민참여예산 또는 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한 예산 대신 보행권 인식을 위한 사업 예산을 확보하고 보행관련 시설 평가 및 인증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식개선 방법에서는 ‘모두의 길(가칭)’이라는 보행권과 관련된 어플을 개발하거나, 보행 문화 프로그램 확산, 보행자 우선 운전습관 캠페인과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급속도로 성장한 서울은 인구 900만명이 사는 메가시티로 발전하였다. 근대 이전 부터 보행자 중심으로 성장한 유럽의 대도시와 비슷하게 보행자 중심의 도시였다가, 급격한 산업화와 현대화로 자동차 중심의 도시 개발이 혼재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체득되었던 보행권(보행습관)과 자동차 문화가 충돌하고 있는 중이다.

인구가 줄고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의 소도시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대중교통 배차가 너무 길고, 노선도 부족하여 차가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더 자동차 이용자가 늘어나고, 보행권이 더 안좋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리고 PM(개인용 이동수단)이라는 이동방식과 관련된 제도가 나오면서 이것들과 어떻게 공존해야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보행권과 관련된 논의를 하게 되면 늘 나오는 의견 중의 하나가, 보행자 vs 자동차(혹은 자전거)의 대결구도였다. 보행자와 자동차 운전자는 서로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며 적대시 하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동차 운전자도 언제든 걸을 수 있으며, 보행자도 대중교통, 택시, 지인의 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번 보행권 공론장의 논의를 통해 보행자와 운전자는 나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내 옆의 이웃'이라는 점을 인식을 가지고 조금씩 양보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기를 희망한다.

 

 

‘인간은 걸을 수 있을만큼만 존재한다.’ - 장 폴 샤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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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오성주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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