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환경제 의제공론장 돌아보기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09-28 조회수 595

민주주의 꽃은 자유로운 의견제시와 토론이다. 설령 그것이 내가 모르는 분야라면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알 수 있고, 내가 잘 아는 분야라면 내 생각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민공익활동지원 플랫폼 의제공론장>의 3번째 주제인 ‘순환경제:자원의 재배치’는 환경에 몸담고 있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총 5가지의 소주제로 나뉜 [의류순환], [수리권], [일회용컵보증금제], [물순환], [유리병 재사용]의 다양한 문제상황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지 매우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재활용 분리수거가 아닌 버려지는 자원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전 과정이다. 순환경제 이전에는 쓰레기, 폐기물이었던 것들이 발상의 전환으로 자원이 되기 위한 일련의 과정, 즉 <버려지는 자원 찾기-버려지는 자원 회수 시스템-자원 재가공-새로운 가치 부여-유통>의 과정에서 세금이나 비용이 아닌, 하나의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기후 위기와 국제정세 불안에 의한 자원의 무기화로 인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되었다. 특히 천연자원이 극도로 부족하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경우 원자재 비용의 상승은 국가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 다양한 단체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서 한 번쯤 듣고 스쳐 지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삶에 체감되는 불편함으로 느끼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회용컵보증금제는 카페 개별 가맹점에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의류 전공이지만 이 옷을 만듦으로 인해서 환경이 파괴되는지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았다.>처럼 직접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전 공론장과는 다르게 ‘순환경제’의 참석자들은 이 주제와 관련해서 주변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아마도 코로나와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의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느껴서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특히 논의를 시작하기 전 사전질문 1개를 공유해 주셨는데, ‘공론장 행사장 안에서 사용된 현수막은 생분해 현수막인가요?’라는 질문이었다. 진행자께서 생분해 현수막이긴 한데 100% 생분해 되는 현수막은 아니라고 하시면서, 다음에는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공론장을 만들겠다.’라고 답해주셨다.

 

발제 순서 없이 각 조의 위원장의 진행을 중심으로 조별로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과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아이스브레이킹과 자기소개 내용에 공통점을 이 주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 주제별로 논의의 세부 단계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왜 사람들은 순환경제를 하기 어려워할까?>, <어떤 요소가 순환경제를 어렵게 만드는가?>, <어떻게 해야 순환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순서로 진행되었다.

 

 

 

 

Part1. 왜 사람들은 순환경제를 어려워할까?

사람들이 순환경제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각 주제별로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은 ‘인식 부족’‘가성비 부족’이었다.

<수리권>과 관련하여 ‘저품질 다량제품 생산에 따른 수리 비용보다 신제품 구매비용이 더 싼 경우’, ‘수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파사 같은 수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장소가 사라지고, 수리 기술자도 점점 없어지고 있으며, 물건을 구매하기 쉬워서 수리를 선택했을 때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 수리를 해도 신제품보다 기능에 큰 차이를 보여서 물건을 새로 살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류순환>에서는 ‘충동구매’와 ‘개성 및 유행’의 변화로 인한 개인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된다고 보았다.

 

 

<물순환>에서는 물이 귀해서 ‘드므’라는 이름으로 궁궐 소방수를 모았던 예전과는 다르게, 물이 지나치게 흔하다는 것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물 1톤당 1천 원이라는 낮은 가격으로 물을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물을 아껴야 하는 자원으로 보지 않게 된다는 의견이었다.

 

‘경제’라는 단어가 붙고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평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원과 폐기물에도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리하기 위해 수리점을 찾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보다 새로운 제품을 사는 것이 더 가성비가 있다는 경험에 모두가 공감했다.

 

 

Part2. 어떤 요소가 순환경제를 어렵게 만드는가?

경제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시장을 통제 및 관리하는 정부, 1차 가공자와 2차 가공자, 생산기업 인근의 마을 주민, 환경자원 등 너무도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기 때문에 경제정책은 수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정책을 실행시키기 쉽지 않다.

 

수리를 위해 만들어진 거점센터는 교복대여 사업만 하게 되거나, 기술 특허 보호를 위해 외부 수리를 막아버린 기업, 일회용컵보증금제가 없어지길 바라는 카페 프랜차이즈 본사, 패스트패션의 부작용을 알려주지 않는 대학교 의류디자인학과,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무관심으로 방치하는 공무원 등 참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느꼈던 요소들이 쉬지 않고 나왔다.

 

<유리병재활용>에서는 인식과 제도 모두 부족하다는 의견이었다. 유리병 자체가 재사용하기 불편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유리병을 모으고, 세척하고, 재유통하는 시스템과 기업이 없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보았다.

 

 

<물순환>에서는 물이 흔해서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과 홍수와 같은 자연 재해 예방을 위해 물을 최대한 빨리 내보내야하기 때문에 물을 보관하여 활용하는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일회용컵보증금제도>에서는 기업, 소비자, 정부 모두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고 보았다. 기업은 품이 많이 들어 수익이 악화된다는 이유로, 소비자는 텀블러 등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귀찮다는 이유로, 정부는 정책을 만들어 놓고 정작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크게 소비자 - 중간자 - 생산자 3그룹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는 의견으로 갈음되었다. 소비자는 새 물건을 쉽게 사는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중간자(정부, 지자체, 공무원)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생산자는 경제적 이득만을 위해 순환경제보다는 많은 소비를 장려했다는 것이다.

 

 

Part3. 어떻게 해야 순환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을까?

이 주제에서는 캠페인 및 교육처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아이디어부터 독특하고 톡톡 튀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수리권>에서는 환경교육을 받은 10대들이 받지 않은 다른 세대보다 인식이 강한 것처럼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순환경제와 관련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나온 ‘수리 축제’처럼 수리 문화 활성화를 위한 수리 축제 개최, 기업들 소비자도 수리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 렌탈경제 활성화, 고품질 고비용 제품 판매로 수리 비용의 현실화라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왔다.

 

<의류순환>에서는 단체복 같이 한 번 입고 버려질 옷들을 만들지 않고 구매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예방 차원의 정책과 이미 구매 한 옷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기부(공유옷장, 의류수거함 활성화)하거나 리폼(재활용 현수막)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대안도 제시하였다.

 

<유리병재활용>에서는 유리병 재사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인식전환 캠페인을 기초로, 재사용을 쉽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빈 병 회수 거점 시설’, ‘유리병 자체를 규격화’라는 인프라 구축 및 ‘1회용품/플라스틱 제품 규제(탄소세)’라는 채찍과 ‘인센티브’라는 당근 전략도 제시했다.

 

<물순환>에서는 캠페인과 프로젝트라는 2가지 큰 틀로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물순환 자체를 인지하고 일상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물모이(빗물이 땅에 잘 스며들도록 모이는 구덩이) 또는 둔턱(이끼 성장 장소)만들기’, ‘물순환 보드게임 개발’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일회용컵보증금제도>에서는 ‘나’부터 시작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소비자인 ‘내’가 바뀌어야 내 ‘주변’ 사람도 바뀌고 더 많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 사용을 늘리는 습관’과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일회용 컵도 폐기 하지 않고, 다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잘 모으자’는 의견이 나왔다.

 

 

2시간의 짧은 논의를 통해 순환경제가 잘 정착되지 않는 공통의 원인은 자원과 물자가 지나치게 풍부하다는 것이었다. 고장 나도 쉽게 새로 살 수 있고, 매년 신제품이 나오고, 물건을 살 수 있는 매장은 넘쳐나고, 폐기 비용은 저렴하며, 경제발전을 위해 소비는 권장된다. 심지어 종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만 국가별로, 이해관계자별로 의견이 너무 다양해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순환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위에 모든 편리함을 전부 혹은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나 혼자 포기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기업, 정부, 세계 모두가 합심해야한다. 하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다양한 문제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공론화되고 해결책을 논의 한다는 것을 보면 조금이나마 하나씩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프렌온가스 협정으로 오존층이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것처럼, 이런 공론의 장이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를 넘어서 전 세계에서 함께 이뤄진다면 순환경제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 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 카드뉴스 후기 보러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 작성: 오성주 큐레이터

👉 오성주 큐레이터가 작성한 다른 글 보러가기!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