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활동은 사실 나 자신을 위한 일종의 응원이자 위안이었다. 환경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던 나의 성격은 이 모임에선 온전히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꾸준히 지켜왔던 나의루틴이 팀원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된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자랑이 됐다."
‘혼자라면 빨리 가지만 함께라면 멀리 간다’는 표현이 있다. 후기를 쓰면서 활용하기엔 거창한 문장이지만, 이것만큼 이번 모임에 대한 나의 감상평을 잘 표현한 내용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활동은 사실 나 자신을 위한 일종의 응원이자 위안이었다.활동에 참여하기 전 나는 환경 깨나 신경 쓴다고 난리치는 남자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임에 참여하고 나서 깨달았다. ‘그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마침내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잘 공부했는지 자랑할 기회가 왔다. 겸손함을 과감히 저버린 이런 나의 생각은 모임에 참여한 1회 차부터 산산이 부셔졌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개척하는 사람들이었고, 매 모임마다 가치소비를 위한 새로운 방법과 지식을 선사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내게 환경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아무도 모르게 나를 혼내준 팀원도 있었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했냐고?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환경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던 나의 성격은 이 모임에선 온전히 자연스러운 행위였다.꾸준히 지켜왔던 나의 데일리 루틴이 팀원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된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자랑이 됐다. 팀원 각자의 가치소비를 위한 시크릿 소스를 맛보는 일도 새로운 지식을 배웠다는 희열로 다가왔다. 바쁜 생활 속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몇 회 차가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매 회 차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는 점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방송인 줄리안의 ‘노노샵’에 방문한 때다. 무엇이 그리 인상 깊었을까? 연예인인 줄 알았던 줄리안이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해서? 아니면 장사해야 할 곳에 넓디넓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놔서? 사실 그냥, 귀여운 인형 하나를 만났기 때문이다. ‘양말목 인형 키링’이라 부르는 친구다. 양말목은 양말을 만들 때 발가락을 감싸는 앞코 부분과 양말 몸통을 연결하면서 발생하는 링 모양의 조각이다. 크기가 작고 쓸모가 마땅치 않아 재활용이 어려운 대표적인 산업 폐기물이기도 하다. 양말목 인형은 이런 양말목 조각을 모아 인형의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나는 처음 이 인형과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이 인형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가심비? 가성비? 환경보호? 그 순간은 이런 가치가 무의미했다. 내겐 그냥 귀여웠고, 너무나 잘 만든 인형이었다. 당시 나의 생각은 하나였다. 우리가 아무리 환경보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치소비에 대해 강조하더라도 사람들이 소비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구나. 나는 (업사이클링) 인형에 소비를 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도 하게 됐다. 어쩌면 가치소비를 위한 진정한 행동에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방법이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의 지평선을 넓히는 방법은 어쩌면 아주 간단하다. 일단 내가 마음을 먹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거다.때문에 이번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모임들은 이미 모임 이상의 의미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의견을 나누며 저마다의 지평선을 넓혔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로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존재와 가치를 알았고, 많은 사람 역시 이를 알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진다.